당신은 그동안 참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죠. 종종 당신이 그런 이야기를 할 때면 마음이 너무나 아팠답니다. 그런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다니, 당신이 어떤 곳에서 살았는지 문득 궁금해지더군요. 그렇게, 당신을 추억하며 알제리에 오니 더욱 당신이 보고 싶네요. 지금의 당신도 멋있지만, 고등학교 시절의 당신은 얼마나 빛났을까요. 당신이 다녔던 고등학교를 지났을 뿐인데, 축구장을 누비는 당신의 고등학교 시절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만 같아요.
요즈음 건강은 어떠신가요? 당신이 어렸을 때부터 힘들게 했던 결핵이 당신에게 후유증을 남긴 것 같아 마음이 아파요. 그런데도 담배를 피우다니. 나를 위해서라도 담배를 그만둘 생각은 정녕 없는 건가요. 담배가 당신의 고뇌와 번뇌를 덜게 해준다는 것은 알지만 폐질환으로 병치레를 몇 번씩 치른 만큼, 당신을 사랑하는 입장에서는 그 소식을 들을 때마다 심장이 내려앉는 것만 같답니다. 오래오래 당신과 함께하는 미래를 꿈꾸는 저는 오늘도 당신에 대해 걱정하고 말았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불며 더위가 한풀 꺾였어요. 벌써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이 느껴지네요. 그나저나 장 그르니에 선생님과 10월 26일에 리옹에서 만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저도 함께 만나고 싶어요. 그때 땅콩이 든 고기 단자는 알제리식 코프타를 먹는 건 어때요? 혹 괜찮으면 쿠스쿠스도 같이 먹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아는 집이 있으니까 거기 가면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그러면 우린 금요일에 만나요. 답장 기다릴게요.
당신이 나에게 영화와 음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많이 놀랐어요. 저는 영화와 음악 모두를 아주 좋아하잖아요? 그게 당신을 사랑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래도 의외라서 좀 놀랐답니다.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당신의 작품에서 영화가 등장하는 것도 참 흥미로워요. 이것도 저와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즐기는 방법이겠죠? 또 제가 제일 좋아하는 모차르트를 그중에서도 좋아하신다니요! 이 점은 누구보다 잘 맞을 자신이 있답니다. 아, 무엇을 하든 당신이 그리워지는 날이에요.
영원히 읽히지 않을 편지를 쓴다는 기분을 아실까요? 전 아직도 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요. 하루 종일 당신의 흔적만을 쫓으며 그리워하고 있어요. 너무 허무한 죽음이에요. 이렇게 헤어질 것이었다면 사랑한다는 말을 삼키지 말 걸 그랬어요. 분명 우리는 파리에서 만나기로 했잖아요. 이런 이별은 제가 감당하기 너무나 힘이 드네요. 전 이제 평생 당신을 잊지 못하겠죠.